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2. 줄거리

이 영화는 중국 문화 대혁명이 막바지에 이르던 1971년부터 1974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10대 후반의 두 도시 소년, 루오 민(천쿤)과 마 지앤링(류예)은 재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쓰촨성의 외딴 산골 마을로 보내진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을 지도자인 촌장(왕솽바오)에게 불려가 다른 주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반동적 배경"에 대해 심문받는다. 루오의 아버지는 과거 장제스의 틀니를 만들어 준 치과의사였고, 마의 아버지는 의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촌장은 그들의 짐을 검사하며 요리책을 부르주아적이라며 불태우고, 마의 바이올린마저 불태우려 한다. 하지만 루오가 기지를 발휘하여 마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KV 334"가 사실은 "모차르트가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산 노래'라고 둘러대 위기를 모면한다.

두 소년은 허름한 집을 배정받고 곧바로 고된 노동에 투입된다. 비료로 쓸 인분을 나르고 석탄 광산에서 일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을 재봉사의 손녀딸이자 '꼬마 재봉사'(저우쉰)로 불리는 소녀가 할아버지와 함께 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러 온다. 루오와 마는 꼬마 재봉사와 금세 친구가 되고, 둘 다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글을 읽지 못하지만 지식에 대한 갈망이 큰 꼬마 재봉사를 변화시키기로 마음먹은 두 소년은, 곧 도시로 돌아갈 예정인 또 다른 재교육 청년 사안(四眼, 왕훙웨이)에게서 몰래 금지된 서양 소설 번역본이 가득 든 가방을 훔친다. 루오는 매일 꼬마 재봉사에게 스탕달, 키플링, 도스토옙스키 등의 소설을 읽어주었고, 특히 그녀는 발자크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다.

꼬마 재봉사는 루오와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루오가 병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두 달간 도시로 휴가를 떠나기 전, 그녀는 그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지만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루오가 떠난 후, 그녀는 마에게 자신이 임신했음을 고백한다. 당시 중국에서는 인구 억제 정책으로 인해 25세 미만의 결혼이 금지되었고, 혼인 증명서 없이는 낙태도 불법이었다. 마는 도시로 가서 아는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 도움을 청하고, 의사는 딱한 사정을 듣고 비밀리에 마을로 와 낙태 수술을 해준다. 루오가 돌아온 후, 세 사람의 삶은 잠시 예전처럼 흘러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루오와 마가 읽어준 책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꼬마 재봉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할아버지와 루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홀연히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1974년, 루오와 마도 재교육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간다. 루오는 훗날 상하이에서 치과 대학 교수가 되고, 마는 프랑스로 건너가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다. 1990년대 후반, 마는 삼협댐 건설로 인해 자신들이 머물렀던 마을이 곧 수몰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꼬마 재봉사를 찾기 위해 다시 마을을 찾는다. 하지만 그녀의 행방을 찾는 데는 실패하고, 늙은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만 비디오에 담아 돌아온다. 마는 상하이에서 루오를 만나 이 사실을 전하고, 루오 역시 과거 선전과 홍콩 등지에서 꼬마 재봉사를 찾아 헤맸지만 허사였음을 털어놓는다. 영화는 물에 잠긴 마을과 함께 세 사람의 젊은 시절 모습이 물속에 아른거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